스포츠에 숨은 과학이야기
공기가 만드는 저항과 마찰
우리나라는 스피드 스케이트, 쇼트트랙 등 빙상종목에서 메달을 휩쓸 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 평창올림픽 때도 우리나라 스케이트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달해줬는데요. 빠른 속도로 얼음 위를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하나 의문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몸에 딱 달라붙는 일명 ‘쫄쫄이’ 유니폼입니다. 어떻게 보면 살짝 민망하기도 한 쫄쫄이 유니폼을 왜 입는 것일까요? 이번 ‘스포츠에 숨은 과학이야기’에서는 스케이트 선수들의 쫄쫄이 유니폼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쫄쫄이 유니폼은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
빙상경기에서는 얼음과의 마찰뿐 아니라 공기와의 마찰도 큰 영향을 줍니다. 때문에 시간을 다투는 경기의 경우 선수들의 공기와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몸에 달라붙고 표면이 매끄러운 옷을 입습니다. 그리고 마찰도 줄이고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선형 헬멧도 쓰지요.
얼음판 위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선수들의 성적은 100분의 1초, 때로는 1,000분의 1초에 달려 있습니다.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를 드러내는 쫄쫄이 유니폼이 조금 민망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저 없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선수들이 입는 쫄쫄이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공기역학, 운동역학, 생리학 등 스포츠과학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입니다. 온몸을 감싸는 유니폼에는 미세한 홈이 파여 있는데, 이 홈이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듭니다. 오히려 이 홈들이 스피드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골프공을 떠올려보세요. 골프공은 표면에 작은 홈(딤플)을 촘촘하게 만들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공기와 직접 부딪히는 표면은 매끈한 것보다는 울퉁불퉁할 때 공기저항이 더 적기 때문이죠.
위 그림을 한 번 볼까요? 매끈한 공과 골프공 주변으로 흐르는 공기흐름을 보면, 매끈한 공에서는 공기흐름이 공 중간쯤에 떨어져나가 저항이 커지나, 딤플이 있으면 난류가 발생해 더 뒤쪽에서 이 현상이 일어납니다. 때문에 저항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표면이 매끈한 공보다 약 2배가량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스케이트 선수들이 입는 쫄쫄이 유니폼 역시 이와 같은 원리이며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미세한 홈을 만들어놓습니다. 상체 같은 넓은 표면에는 매끄러운 소재를, 팔과 다리처럼 공기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은 미세한 돌기나 홈이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죠.
또한 허리를 굽힌 상태로 경기를 진행하는 쇼트트랙의 경우는 유니폼 소재를 우레탄과 라미네트 등을 사용해 허리가 들리지 않도록 잡아줍니다. 그 이유는 선수들이 공기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독특한 자세를 취하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상체는 지면과 수평을 이루도록 굽히고, 한 팔은 등 뒤에 붙인 후 다른 한 팔은 앞뒤로 흔들면서 질주합니다. 물체가 진행하는 방향의 전면면적을 줄여 마찰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이죠.
서서 달릴 때보다 상체를 지면과 가깝게 굽힐수록 공기의 저항을 받는 면접이 줄어들고, 양팔을 흔들며 달릴 때보다 한쪽 팔을 접어 등 뒤로 붙일 때 전면면적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양쪽 팔을 모두 등 뒤로 붙이지 않는 것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한쪽 팔을 흔드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쇼트트랙 장거리 경기의 경우, 선수들은 스피드를 낼 때는 양팔이나 한쪽 팔을 흔들며 달리고 조금 안정적인 스피드를 낼 때는 양쪽 팔을 모두 등 뒤에 붙이고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쫄쫄이 유니폼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공기저항을 가장 최소로 받을 수 있는 자세를 유지시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후 가장 먼저 상체의 유니폼 지퍼를 내려 허리를 바로 세웁니다. 계속 구부러진 상태로 빙판 위를 질주했기 때문에 허리통증이 꽤 크기 때문입니다.
※ 스케이트 날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쇼트트랙이나 스피드 스케이팅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구심력을 키워 원심력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따라서 선수들이 신는 스케이트 날에도 과학이 숨어 있답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의 블레이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운데가 양 끝보다 5~6㎜ 정도 불룩한 곡선 모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용이 평평한 면을 지닌 것과 비교되는데요.
스피드 스케이팅은 얼음판에 닿는 블레이드의 면적이 고를수록 차는 힘이 강해져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평평하지만, 쇼트트랙은 거의 모든 자세가 코너링이기 때문에 블레이드를 둥글게 깎아 빙판에 닫는 면적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마찰력을 줄여 부드러운 코너링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스케이트 구두에도 과학기술이 숨어 있는데, 쇼트트랙 스케이트는 스피드 스케이트용보다 발목 높이가 더 높게 제작됩니다. 스케이트가 기울어지는 정도를 크게 해 코너링 움직임을 좋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스케이트 날의 위치도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 밑창 중심에서 안쪽으로 살짝 치우치게 해놓았습니다.
◎ 참고자료 : 스포츠 속에 과학이 쏙쏙!! (저자 손영운‧김은선 / 출판사 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