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가는 길

탄탄한 기본기는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 맥캘란 전태규 앰버서더

내일로 가는 길

탄탄한 기본기는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맥캘란 전태규 앰버서더는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문화를 전달하고 시음회와 강연 등을 기획하여 위스키 분류법, 음용법, 제조과정 등을 전문적이며 친숙하게 알리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20대 후반까지 럭비선수를 하던 그가 어떻게 앰버서더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일까? 전태규 앰버서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학창시절 럭비선수로 활약하셨는데요. 처음 어떻게 럭비를 시작하셨나요?

운동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어릴 때부터 활동적이고 운동능력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 육상부를 했는데 지도교사님이 체육중학교 진학을 권유하셨죠. 부모님에게 말씀 드리니 운동하는 걸 반대하셔서 신월동에 있는 일반중학교인 강신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마침 제가 입학한 해에 럭비부가 창단된 거예요. 담임선생님이 감독을 겸직하셔서 럭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안 하려고 일반중학교에 가셨는데 운명처럼 또 운동을 하게 되셨군요.
럭비 선수시절은 어땠나요?

럭비는 활동량이 크고 단체 운동이다 보니 무척 즐겁게 한 것 같아요. 럭비의 매력에 푹 빠졌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는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입시와 관련된 운동을 하다 보니 몇 번의 고비가 있었어요. 와일드한 운동이니까 경기나 훈련 중에 부상을 몇 차례 입으면서 운동을 그만둘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거뒀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운동에만 더 집중하던 분위기였을 것 같습니다.
학업적인 부분은 어떻게 하셨어요?

우리나라는 엘리트체육이다 보니 운동을 하게 되면 수업을 빠지거나 오전 수업만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93년도였으니 더 그런 분위기였죠. 저도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린 마음에 ‘나는 운동으로만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생각이 좀 변했어요. 럭비는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주말에도 항상 모여서 생활했는데 저는 그게 좋지는 않더라고요. 운동을 안 하는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굉장히 궁금했고 주말에 하루는 꼭 시간을 내서 일반고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운동만 해서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때부터 국어나 사회 같은 인문학 분야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실제로 학업을 잘 따라가지는 못했어도 최대한 배우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체육이 아닌 국문과를 전공하셨어요.

당시엔 운동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체육 관련 과를 전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과별로 TO를 2명씩 내서 운동부에 배정을 했어요. 저는 수능에서 언어영역 성적이 굉장히 높게 나와서 국문과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과 학생들이 수재들이다 보니 그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운동선수라고 수업 일수만 채우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제나 팀 프로젝트가 있으면 적극 참여했고 그 친구들의 사고방식도 배워보려고 노력했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런 경험들이 현재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럭비를 그만두셨는데요.
이유가 있으셨나요?

대학교 2학년 때 부상을 심하게 당했습니다. 수술을 크게 해서 1년 가까이를 쉬었어요. 다시 복귀했지만 고민이 많았습니다. 1년 정도 쉬니까 생각보다 타격이 크더라고요. 사실 그때 실업팀에 가겠다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오랫동안 해오고 좋아하던 럭비를 그만 둔 후
새로운 진로를 찾는 과정은 어땠나요?

대학 졸업 후 군대에 갔다가 모교인 강신중학교에서 럭비 특기교사로 부임했습니다. 거의 봉사직이었는데요. 사실 운동부는 성적이 안 나오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모교니까 절대 그렇게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2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렇게 특기교사를 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장애인체육회를 찾아갔습니다. 휠체어럭비 종목이 있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무작정 말씀드렸죠.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인턴도 1년 했습니다. 학교 특기교사는 다른 후배에게 물려주었고요.

그렇게 지도자로 일하시다가 갑자기 뉴질랜드로 떠나신 것으로 알아요.

2년 정도 지도자 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운동 말고는 다른 일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도전 때문에 장애인체육회에서 일했던 건데, 여길 그만 두면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었죠. 그러니 해외에 나가보고 싶더라고요. 전지훈련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3개월 정도 준비하고 바로 뉴질랜드로 갔습니다. 뉴질랜드는 럭비로 유명하고 가장 사랑 받는 운동 중 하나거든요. 럭비에 대한 동경심으로 뉴질랜드로 간 게 컸었지요.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럭비선수 생활도 하셨는데요.

뉴질랜드는 럭비를 생활체육으로 해요. 제가 살던 동네 럭비장에 가서 일주일 동안 보기만 했는데, 보다보니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잘 안 되는 영어로 더듬더듬 저도 럭비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도 매일 가서 구경을 했는데 어느 날 한 팀에서 연습경기를 하는데 인원이 한 명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뛰었는데 잘 한다면서 또 다음 게임도 함께 하자고 제안을 받았죠. 그렇게 등록선수는 아니지만 그들의 배려로 비공식 선수로 3개월 같이 뛰었죠. 그리고 운이 좋았던 게 제가 들어가고 나서 한 번도 패배를 안 하고 성적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1년 6개월 정도 선수로 뛰었는데, 4부 리그였던 럭비팀이 2부 리그까지 올랐죠. 나중에 알고 보니 2부 리그까지 올라간 게 굉장한 거더라고요. 또 저는 아시아인인데 럭비를 같이 하는 게 흔치 않으니 지역신문에도 실리는 등 무척 즐겁게 선수생활을 했었습니다.

뉴질랜드 럭비클럽에서 럭비선수로 활동하시다가
어떻게 지금 회사인 맥캘란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3년 정도 뉴질랜드에 있다가 체육교사를 하려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특기교사 경험을 살려서 하고 싶었는데 TO가 쉽게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29살이었는데, 고민해보니 지금 여기에서 체육계로 들어가면 평생 체육계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TO를 기다리면서 취업문을 두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꼭 취업하겠다, 특기교사가 되겠다 이런 기준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력서를 150개 정도 써서 지원했는데, 생각보다 면접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 우리 사회가 꼭 절대적인 스펙을 보는 게 아니구나 라고 느꼈었죠. 아무튼 그렇게 면접 제안을 받은 곳 중 하나가 맥캘란이었고 장장 6개월의 채용 과정을 거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 동안 채용과정을 거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1, 2차 면접에서 합격한 후 3차 면접은 한 달의 시간을 주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제가 주어졌었습니다. 저 나름대로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지요. 술에 대해 전혀 몰라서 공부를 무척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3차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 중 한 분이 외국계회사인데 영어가 가능한지 물어보셨죠. 뉴질랜드에서 3년 동안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솔직히 ‘자신 없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면접관 분이 저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셔서 임원면접까지 보게 해주셨죠. 거기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고 같은 대답을 했는데 다행히 합격을 했습니다. 6개월 동안 맥캘란에서 저에 대해 심사숙고를 했고, 저도 다른 곳에 합격했었지만 맥캘란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합격 후 앰버서더라는 직무를 하게 되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엠버서더는 특이한 포지션입니다. 와인을 간별하는 소믈리에처럼 위스키를 간별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요. 12년 전만 해도 위스키는 접대문화를 가진 상업적인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맥캘란에서는 위스키를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전파해줄 사람을 원했지요. 그래서 위스키에 대해 정확하게 공부하고 기존의 상식을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일을 했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한국에 알린 것이 맥캘란 이기도 하고요. 위스키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박찬욱 영화감독 등 문화적인 소양을 갖고 있는 젊은 분들을 초청해 강연을 하는 등 콜라보를 많이 했고,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서 위스키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시음하는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했었습니다.

맥캘란이란 브랜드를 알고 관련된 역사 등 알아야 할 게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회사에서 기본적인 교육은 당연히 시켜줍니다. 위스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요. 본사가 있는 스코틀랜드에 1년에 2번 방문해 직접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사 위스키나 다른 주류는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가졌는지,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게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까지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시는 일에 운동선수였던 경험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입사할 때 저를 좋게 봐주신 이유 중 하나가 제가 갖고 있는 ‘열정’이었습니다. 열정이라는 단어 안에는 상당히 많은 의미가 있는데요. 열정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정신력과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운동선수라면 갖고 있는 것이죠. 정신력과 체력이라는 의미를 포함한 ‘열정’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예의, 예절, 끈기, 성실함 등 운동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춘 덕목들이 사회에서는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사회에서도 운동을 한 사람에 대한 좋은 인식들이 있고요. 많은 학생선수들이 오랜 시간 운동만 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장점들을 많이 쌓고 있고, 그게 훗날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꾸준히 관련 업무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실 것 같습니다.
앰버서더님이 생각하시는 학생선수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한글 맞춤법, 알파벳, 하다못해 덧셈, 뺄셈 등 정말 기본적인 것만 알아도 다른 것에 도전해볼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운동하는 친구들에게 과학자나 수학자가 되라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루에 10분이라도 꼭 기초적인 공부를 했으면 합니다. 저는 학생선수 시절부터 책을 무척 좋아해서 그게 취미가 되었는데, 학생선수들도 그게 무엇이 됐든 취미 하나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니 스포츠와 관련된 브랜드를 공부해보는 것도 좋지요. 운동처럼 학업에도 기본기가 중요하고, 분명 사회에 나가고 혹시라도 운동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될 때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지금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 굉장히 큰 자산이 된다는 걸 어느 순간 느낄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류회사 취업이나 앰버서더라는 직업에 관심 있는 학생선수는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저는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20대 친구들은 보면 전공과 상관없이 주류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류는 문화이자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너무 어렵지는 않아요. 회사에는 영업직, 마케팅 등 직무가 다양한데, 저와 같은 앰버서더 일을 하고 싶다면 주류의 종류에 상관없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는 없지만, 브랜드의 역사나 주류의 특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세요. 어떤 문화들이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취미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내년 정도에 위스키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유튜브나 SNS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더 강화해서 새로운 대중,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연관 기사보기

  • Vol.17 내일로 가는 길

    Vol.17 내일로 가는 길

    “학생선수들에게는 무궁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 한국마이팜제약‧스포츠닥터스 허준영 회장

    자세히 보기
  • Vol.16 내일로 가는 길

    Vol.16 내일로 가는 길

    학생선수로서 성실했던 경험들이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 업드림코리아 이지웅 대표

    자세히 보기
  • Vol.15 내일로 가는 길

    Vol.15 내일로 가는 길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멋있게 디자인하세요.
    - 경기도교육청 박숙자 장학사

    자세히 보기
  • Vol.14 내일로 가는 길

    Vol.14 내일로 가는 길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 현장에 맞는 IT 서비스 개발
    - 큐엠아이티 이상기 대표

    자세히 보기
  • Vol.13 내일로 가는 길

    Vol.13 내일로 가는 길

    “학업을 놓지 않았기에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죠.”
    김황중 스포츠 캐스터

    자세히 보기
  • Vol.12 내일로 가는 길

    Vol.12 내일로 가는 길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마세요.”
    하은주 웨이크업바디 센터장

    자세히 보기
  • Vol.11 내일로 가는 길

    Vol.11 내일로 가는 길

    “모든 일엔 이유가 있어요.
    새로운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온다는 걸 잊지 마세요.”

    자세히 보기
  • Vol.10 내일로 가는 길

    Vol.10 내일로 가는 길

    리듬체조 국가대표에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삶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자세히 보기
  • Vol.09 내일로 가는 길

    Vol.09 내일로 가는 길

    새로운 길에서 만난 꿈으로
    영상 콘텐츠의 신세계를 열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