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든든한 조력자, 선수트레이너(Athletic Trainer)
e-school웹진이 포스코건설 럭비단의 한동규 트레이너를 만났습니다.
한동규 (포스코건설 럭비단 선수트레이너)
동아공고(럭비부) - 단국대(럭비부) - 포스코건설 럭비단 선수트레이너
한동규 트레이너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럭비부 생활을 시작하였고,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였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운동처방재활학을 전공하면서 선수트레이너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모교인 단국대 럭비부 및 축구부 선수트레이너를 거쳐 포스코건설 럭비단 선수트레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3년과 2014년 아시아 청소년 럭비 선수권대회 선수트레이너로 활동하였으며, 2014년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럭비 국가대표팀 선수트레이너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선수트레이너로 일하게 되셨어요?
청소년 시절에는 럭비가 제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럭비선수로서 실업팀에 입단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어요. 그런데 어깨와 무릎의 잦은 부상으로 재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수트레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후로는 선수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운동처방재활학과 전공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운이 좋게도 대학교 재학 중에 학교 럭비부 선수트레이너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때부터 선수트레이너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선수트레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레이너라고 하면 피트니스센터에 있는 트레이너 선생님을 떠올리시는 만큼 선수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생소하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선수트레이너는 선수의 재활, 체력, 심리, 영양, 컨디션 관리 등 경기력의 향상을 위해 선수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기 중 선수가 부상을 당해 경기장에 누워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응급처치를 하는 사람이 바로 선수트레이너입니다. 그래서 의무트레이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피지컬트레이너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선수의 신체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것이 피지컬 트레이너의 역할인데요, 상황에 따라 피지컬트레이닝을 따로 분류해서 담당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선수트레이너가 담당하는 업무의 한 분야가 피지컬트레이닝입니다. 즉, 선수트레이너는 피지컬트레이너의 역할과 재활, 심리, 영양, 컨디션 관리 등 좀 더 폭넓은 영역을 종합적으로 담당합니다.
하루의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저희 럭비단에는 저를 포함하여 총 2명의 선수트레이너가 근무하고 있는데요. 서로 돕고 힘이 되어주면서 선수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저는 부상선수들의 재활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선수들의 영양관리를 위한 식자재 체크입니다. 선수들과 아침식사를 함께하고 9시부터 오전 훈련이 시작되면 부상으로 일반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부상 선수들의 재활훈련과 체력훈련을 담당합니다. 점심식사 후 2시30분까지는 컨디션 관리를 위한 마사지와 부상 방지를 위한 테이핑요법을 진행합니다. 선수들의 오후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오전과 마찬가지로 부상 선수들의 재활훈련과 체력훈련을 진행합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한 마사지, 스트레칭, 재활훈련을 진행한 뒤 사무업무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선수트레이너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요?
보통 선수트레이너들은 체대에서 스포츠의학, 운동처방, 트레이닝을 전공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종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럭비 선수트레이너의 경우 선수출신인 분들이 많으시고 저희 팀의 경우 트레이너 두 명 모두 선수출신입니다. 우선, 대학 전공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스포츠의학, 트레이닝, 영양학, 재활운동 등을 공부하고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나 대한체력코치협회 등의 기관을 통해 추가적인 이론 수업과 실습을 경험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선수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검정하는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과 대한운동사협회(대한운동교육평가원)에서 시행하는 운동사자격증,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의 선수트레이너 자격 인정증을 많이 취득하는 편입니다. 그 외에 테이핑 자격증, 응급처치 전문 자격증도 취득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저의 경우 중국 난징 중의대에서 추나 교육을 이수해 추나 국제자격증 3급을 취득하였고 태국에서 타이마사지 1급과 오일마사지 1급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선수트레이너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과 능력(적성)에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경기 중 선수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집중력과 관찰력이 필요하고, 해당 종목의 규칙과 메디컬 규칙에 따라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적용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부상 선수들의 심적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능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도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할 수 있는 근성과 희생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항상 다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선수 출신 트레이너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강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운동을 실제로 해봤기 때문에 부상의 원인에 대해 좀 더 빠르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선수생활을 하면서 부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선수들의 힘든 상황과 지친 마음을 공감하고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수트레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선수들이 저와 함께 재활훈련을 열심히 해서 경기장에 복귀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좌우측 대퇴부 근육 파열로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수 본인이 시합을 뛰어야 한다는 열정과 의지가 워낙 강했습니다.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을 열심히 병행한 결과 성공적으로 필드에 복귀할 수 있었고 대통령배 럭비 선수권 대회 2연패라는 좋은 결과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정말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점은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개인적인 여가 시간을 갖기 어렵고, 대회기간에는 쉬는 날이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선수트레이너로도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뿌듯했던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2013년과 2014년 아시아 청소년 럭비 선수권대회의 선수트레이너로서 참가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대회를 위해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면 한 달 반 정도의 짧은 소집훈련 후 대회에 출전하는 편입니다.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은 서로 손, 발을 맞춰보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고 일본, 홍콩 등의 경우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7인제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선수들의 의지와 열정 그리고 럭비 실력이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고,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선수트레이너였던 저 자신 또한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일본의 경우 일찍부터 선수트레이너 분야가 발달되어 왔다고 들었습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시다보면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의 경우 럭비가 프로스포츠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되는 자본의 차원이 다른 상황이라서 우리나라와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최첨단의 장비를 사용해서 훈련과 재활을 위한 환경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트레이닝팀의 규모 차이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 대표팀은 트레이너 한 명, 성인 대표팀은 2~3명 정도가 동행한다면 일본은 팀 단위로 움직인다고 알고 있어요. 워밍업 트레이너팀, 피트니스 트레이너팀, 마사지 트레이너팀, 재활 트레이너팀 이렇게 세분화 되어있고 숫자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선수트레이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 필요성과 전문성 또한 점점 더 인정받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점차 더욱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발전되어 나갈 것 같습니다.
선수트레이너를 꿈꾸는 학생선수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최근 들어 선수트레이너 분야가 더욱 관심을 모으면서 실제로 SNS를 통해 선수트레이너가 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요. 우선 스포츠 의학 관련 학과로 진학해서 기초적인 해부학 지식, 스포츠 의학 및 트레이닝 등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해야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수트레이너는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해요. 나보다는 선수를 먼저 생각해야하고, 쉬는 시간에도 선수들이 찾아오면 트리트먼트를 해줘야 합니다. 희생과 인내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그런 마음가짐을 꼭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학생선수들에게도 조언 부탁드릴게요.
학생선수 여러분이 우선은 선수로서 성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운동이 좋아서 시작했던 그 순수한 열정을 잊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처럼 부득이하게 부상을 당해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선수출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저 또한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목표를 잃고 방황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 운동과 함께 공부를 병행한다면 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학업에는 충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럭비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하고 싶으시다구요?
네, 럭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자리를 빌려 짧게나마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럭비는 세계 3대 스포츠 종목의 하나로서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쓰며 상대 진지에 들어가 득점을 얻는 경기입니다. 격렬한 신체 접촉이 이루어지지만 희생, 봉사, 협동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는 신사적인 스포츠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일반부 총 4개 팀(포스코건설, 한국전력, 현대글로비스, 상무팀)이 있으며 대학부 10개 팀, 고등부 19개 팀, 중등부 24개 팀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지만 발전 가능성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럭비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사랑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