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말이 있다.
만 18세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로 뽑혀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유승민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선수에서 코치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는 그의 삶은 탁구에 대한 열정 그 자체다.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하는 탁구계의 유망주, 부천 내동중학교 이정호, 우형규 학생선수가 유승민 IOC 선수위원을 만났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탁구 유망주 학생선수가
19년 전 같은 나이에 탁구 국가대표로 발탁돼 명성을 떨친 유승민 선수를 찾았다.
선배에게 과거가 된 시간이 후배에게는 현재로 또 다른 미래를 그리게 한다.
이정호 학생 : 선배님 안녕하세요. 부천 내동중학교 3학년 이정호입니다. IOC 선수위원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실 텐데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형규 학생 : 선배님 안녕하세요. 부천 내동중학교 3학년 우형규입니다. 국가대표 선수 은퇴 후 코치로 지도자 활동을 하시다가 어떻게 지금은 행정가로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 안녕 두 선수의 활약상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 이렇게 웹진을 통해 만나게 되니 반갑다. 나는 학생선수 시절부터 25년간 탁구를 하면서 전 세계 다양한 선수들과 교류도 하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선수 권익에 대해 아쉬움 점을 많이 느꼈어. 그래서 IOC 선수위원 활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서 선수들의 권익을 지켜주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지.
이정호 학생 :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세계 각국을 다니시는데 언어의 어려움은 없으세요?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교과가 언어인 것 같아.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가 된다면 전 세계 있는 선수와 교류도 해야 하고 세계 시합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겪을 거야.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해외 리그 생활을 하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교류를 많이 했어. 영어를 정식으로 공부하기는 힘들어. 하지만 영어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면 좋겠어. 영화, 만화, 음악에서부터 접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어에 취미가 붙을 수 있고, 정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도 생길 것 같아. 나도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제회의도 많이 참석하는데 그럴때 마다 자연스럽게 교류를 해야 해서 지금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있어. 모든 공부는 즐거움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고 방법은 개인마다 찾아야겠지. 언어는 지금부터 준비해서 하는 것이 좋아. 지금도 너희는 국제 대회를 많이 다니고 있잖아. 아마도 영어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될 거야. 그리고 요즘에는 SNS처럼 여러 가지 소통 창구도 있잖아.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기가 부끄럽지 잘 모르니까... 근데 다 틀려도 소통은 되거든. 그렇게 시작을 하면 나중에 해외 시합을 나가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어디 경기장에 가서 정보를 얻어야 할 때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어. 지금부터 언어를 집중적으로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
IOC 선수위원 활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서 선수들의 권익을 지켜주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지.앞으로 수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학생선수에게 선배의 기록은 목표가 되고, 경험은 꿈을 향해가는 데 디딤돌이 된다. 매 경기 선배는 어떻게 긴장감을 이겨냈을까?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두 사람은 탁구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
우형규 학생 :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 따라 동사무소 가서 탁구를 했는데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됐어요.
이정호 학생 : 저는 아버지를 따라서 초등학교 1학년 때 탁구를 하다가 정식적으로 2학년 때 시작 했어요. 선배님도 일찍 선수생활을 하셨는데 슬럼프는 없으셨어요?
유승민 IOC 선수위원 : 슬럼프는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데 본인이 잘 준비했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고 준비를 못 했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닌 정말 어려운 과제야. 나도 똑같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슬럼프가 찾아왔어. 어떻게 해서든 슬럼프를 극복해보려고 이 방법 저 방법 다 동원해서 했는데도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니까 슬럼프가 극복되더라고. 근데 중요한 건 슬럼프가 왔을 때 스스로 좌절하면 안 돼. 슬럼프가 지나고 나면 실력이 더 늘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생기거든. 스스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슬럼프가 오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지 말고, 자연스럽게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
이정호 학생 : 저희 다음 주 전국 중·고생 탁구 최강전이 있는데 선배님은 경기 전 긴장될 때 마인드 컨트롤이나 긴장을 풀기 위한 특별한 동작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다음 주에 우리 후배들이 아주 중요한 최강전이 있다고 들어서 잘 알고 있고, 후배들을 위해 강연도 할 예정이야. 선수라면 경험이 많은 나도 항상 긴장 돼. 경기가 다가올수록 더 긴장되지. 그럴 때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해. 스스로 훈련이 잘 됐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믿어야 해. 그리고 이건 보편화된 방법은 아닌데 시합 전에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 경기가 제일 안 풀린 상황을 생각해서 그때를 대비한 훈련을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해. 우리는 흔히 잘되는 시합만 상상하라고 하잖아. 시합이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 안 될 때도 생각해야 시합 때 대비를 할 수 있어. 시합 전에 마인드 컨트롤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돼. 그리고 항상 훈련할 때든 시합할 때든 일괄된 긴장도를 유지하면 부상도 줄일 수 있지.
하나의 목표를 두고 집중을 해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학생선수에게 운동과 공부는 무거운 과제이다. 후배들은 궁금하다. 운동으로 성공하면 공부는 조금 미뤄도 되지 않을까? 앞선 선배의 경험을 묻고 싶다.
이정호 학생 : 운동하나 집중하기도 힘든데 공부도 같이해야 되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선배님은 학창시절에 어떠셨어요?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합숙 훈련을 많이 해야 했어. 탁구를 시작하면서 항상 목표는 너희들과 같았어.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 같은 대회 나가서 메달도 따고...사실 수업도 시합이랑 겹치면 많이 빠지기도 해. 하지만 보충이라던 가 이런 거를 많이 듣기도 했고, 시합이 없을 때는 수업에 참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 학생으로서의 본분은 공부가 우선이니까. 일반 학생들보다 성적이 잘 나올 수는 없지. 너희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란 어렵고 힘들다는 건 잘 알고 있어. 나도 최근에 스포츠 행정인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 나는 지금도 언어나 행정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학습 콘텐츠가 많아서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너희는 어떻게 하고 있니?
우형규 학생 : 저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e-School에 접속해서 집에서 주말에 틈나는 대로 동영상을 듣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정호 학생 : 저도 조금 일찍 일어나서 e-School 듣고 학교에 가요.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내가 학생선수일 때는 e-School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이 없었어. 사실 운동을 하면서 공부까지 잘하면 좋겠지만 너희가 하루 종일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 지금은 여러 가지 수단이 많기 때문에 집에서 학교 오는 시간, 학교에서 집에 가는 시간, 점심 먹고 잠깐 쉬는 시간에라도 틈틈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 번에 몰아서 하면 나중에는 더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시간을 잘 활용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얻게 될 거야. 사실 운동을 하면서도 얻는 게 많잖아. 팀워크이라던가, 서로 배려하는 것들은 운동하면서 배우지만 우리나라 역사라든가, 언어라던가 기초적인 것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운동도 집중할 수 있고, 공부도 잘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수많은 운동선수가 하나같이
스포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동 하나로 성공을 맛볼 수 있지만, 부상이나, 실력 때문에 방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학생선수일 때 다양한 꿈을 꾸길 선배는 바란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두 사람은 탁구선수로서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고,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탁구 말고 다른 목표나 꿈은 없니?
우형규 학생 : 음... 탁구 말고 좋아하는 것은 통기타예요. 나중에는 탁구로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고 싶어요.
이정호 학생 : 저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과학자도 꿈꾸고 있어요.
유승민 IOC 선수위원 : 그래. 통기타 연습을 하는 것도 탁구를 하는데 감성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고, 형규에게 또 다른 재능이 될 수 있지. 어쩌면 노래하는 탁구선수가 될 수도 있고. 정호는 만들기를 좋아하니 탁구와 관련된 장비를 개발할 수도 있겠다. 탁수 선수로서 잘 성장하고 있지만, 꼭 탁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선수 생활 25년간 하고 스포츠 행정을 하고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 탁구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그래서 성공했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너희들이 부럽기도 하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탁구선수로도 이름을 떨칠 수 있지만 또 다른 재능을 가진 선수로 주목을 받을 수도 있지. 그러니 공부도 게을리하지 말고! 나 또한 선수들의 투표로 IOC 선수위원이 되었듯이 어디에서 재능을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니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고 노력하길 바라. 그럼 학생선수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니?
이정호 학생 : 저는 선배님처럼 영어도 잘하고 모든 것을 잘하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형규 학생 : 저는 우선 재활 열심히 해서 완치한 다음에 12월 종합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도 열심히 해서 꼭 도전하고 싶어요. 선배님은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어떻게 되세요?
유승민 IOC 선수위원 : 나의 계획과 목표는 현재 진행형이야. 당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있기 때문에 IOC 선수위원으로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어. 탁구가 포함된 하계 올림픽은 아니지만, IOC 선수위원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 있기에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두 후배가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학생선수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도 다시 한번 잘 만들어 보고 싶은 꿈도 있어. 현재 IOC 선수위원 활동을 하면서 교육을 제공하는 위원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후배들에게 조금 더 퀄리티 있고, 배우기 쉬운 현실적인 교육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탁구인의 대표로서 머지않은 도쿄 올림픽에서는 후배들이 다시 한번 탁구 기록을 깰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이야.
유승민 IOC 선수 위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당시 세계 랭킹 4위였던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선사한 탁구 선수 유승민. 여섯 살 때 88올림픽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는 그는 이 우승을 계기로 세계 랭킹 2위에 올랐고, 이후 한국 남자 선수 중 그의 순위를 뛰어넘은 선수는 없었다. 은퇴 후 삼성생명 탁구단 코치, 2017년 인턴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역임하고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형규 학생
인천 내동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탁구부 우형규 학생은 현재 국가대표 상비 2군으로 활동하며 탁구선수로서 톡톡히 자질을 인정받고 있는 학생선수이다. 2016년 제6회 아시아유소년국제경기대회 단체1위, 개인단식 1위, 개인복식 1위, 2017년 제54회 전국남녀학생종합탁구대회 개인단식 1위, 2017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 예선전 1위 등 다양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가올 도쿄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인 우형규 학생은 유승민 IOC 선수위원과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는 학생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정호 학생
인천 내동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탁구부 이정호 학생은 유승민 IOC 선수위원처럼 태극 마크를 단 국가대표로 세계무대에 서는 것을 꿈꾸는 학생선수이다. 2016년 제53회 전국남녀학생종합탁구대회 단체 3위, 제54회 회장기전국중고학생탁구대회 단체 3위, 2017년 제63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복식 1위, 제33회 대통령기전국시도탁구대회 단체 3위, 제50회 문화체육부장관기탁구대회 단체 3위 등 전국랭킹 10위 안에 드는 탁구계의 떠오르는 유망주로 이번에 만난 유승민 IOC 선수위원의 조언처럼 외국어도 잘하는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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