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칼럼

Vol.05 2017 December / 2018 January

최의창 교수의 코칭 칼럼

코칭이 선수에게 길러주는 것

세 번째 이야기

지난 호에서는 온전한 운동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운동은 기와 도(기능과 문화, 기술과 정신)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설명했으며,
이 두 차원이 하나로 되어있는 상태가 온전한 운동이라고 보았습니다.
야구의 기능적 차원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원까지도 함께 체험하고 습득할 때에, 비로소 온전한 야구를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온전한 운동을 배움으로써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도대체 어떤 좋은 것이 생겨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Coaching, Wholing

운동의 세 가지 차원

운동을 기와 도로 설명하는 것은, 다소 생소한 내용으로서, 그다지 친절한 풀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설명은 어떨까요? 세상의 사물은 입체적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 개, 바위, 꽃 등 가시적 형상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형체를 가진 것들은 높이, 넓이, 깊이가 있습니다. (상하, 좌우, 전후) 사물의 온전한 상태는 이 3가지 차원이 고스란히 갖춰진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운동도 그러합니다. 높이, 넓이, 깊이가 있는 야구가 온전한 야구입니다. 삼차원의 입체적인 야구가 제대로 된 야구입니다.

운동의 높이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기능적 차원입니다. 각종 기술과 전술, 그리고 실제 게임하기에 관여되는 영역입니다. 기술의 발달에 향상, 증진 등 ‘높이’의 비유를 쓰는 이유입니다. 운동의 넓이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지식적 차원입니다. (물리, 심리, 영양, 의학 등) 기술향상을 위한 과학적, 기술적 지식이 관여되는 차원입니다. ‘박학다식하다’, ‘식견이 넓다’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넓이’의 비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동의 깊이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심성적 차원입니다. 각성, 불안, 마인드 컨트롤 등 심리수준을 조금 더 파고드는, 마음의 안쪽 ‘깊은’ 곳에 있는 감성, 덕성, 영성 등이 관여되는 영역입니다.

온전한 야구는 이렇게 3차원으로 되어있습니다.

온전한 야구는 이렇게 3차원으로 되어있습니다. 높이와 넓이와 깊이가 충실히 갖추어진 야구가 온전한 야구입니다. 기량과 지식과 심성이 하나로 뭉쳐져 체험되는, 입체적 야구를 지도하는 활동이 온전한 야구코칭인 것입니다. 저는 기술과 지식과 심성, 이 세 가지를 쉽게 부르기 위해서 각각 능(能), 지(智), 심(心)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야구는 야구능, 야구지, 야구심이 하나로 된 야구입니다. 기술, 즉 야구능만 강조되는 야구는 부분적 야구이고 온전치 못한 야구입니다. ‘야구능·지·심’, 야구의 삼차원이 제대로 갖추어진 야구야말로 호울 야구(whole baseball)인 것입니다.

온전한 운동을 제대로 맛보고 배우게 되면, 즉, 운동의 높이, 넓이, 깊이를 모두 체험하게 되면, 선수들은 그 운동에 대한 능지심이 생겨날 것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 전체에 그 운동의 능지심이 속속들이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우리의 코칭은 높이에 주로 관심이 집중됩니다. 운동능(체력, 기술, 전략 등)에 초점이 모이는 것이지요. 선수의 실력을 높여주는 것이 코칭의 알파요 오메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성적을 올리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코칭이란 활동이 대결이나 경기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기량은 기본적이며 핵심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이기는 하지만, 오메가이지는 않습니다. 시작이기는 하지만 끝은 아닙니다. 결정적이지만, 결론적이지 않은 요소입니다. 지식과 심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운동이란, 맹목적이고 일차원적입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십중팔구 공허감만 남게 되는 그런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표현을 패러디한다면, ‘네 시작은 심히 창대하였으나, 네 나중은 극히 미약하리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운동능만을 추구한 코칭의 결과로 나타난 선수의 행복하지 못한 말로를 우리는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서 자주 보게 됩니다.

운동소양·스포츠 ‘리터러시’

온전한 운동을 온전한 방식으로 선수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온전한 코칭(whole coaching)입니다. 운동의 높이, 넓이, 깊이가 충실히, 모두, 하나로 체험되어 선수에게 온전하게 갖춰지도록 하는 코칭 말입니다. 야구 코치가 제대로 야구를 지도하였다면, 선수에게는 그 운동의 능, 지, 심이 옮겨져서 쌓이게 됩니다. 야구 코치가 제대로 야구를 지도하였다면, 학생선수에게는 야구능, 야구지, 야구심이 생겨나서 점차로 자라나게 됩니다. 야구능만 키우는 코칭을 넘어서, 야구지와 야구심이 동시에 커지면서, 또 하나로 강하게 연결되어, 능지심이 가득한 야구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온전한 코칭을 받아서 선수의 몸과 마음에 쌓이는 운동능, 지, 심을 저는 “운동소양”(運動素養, 스포츠 리터러시, sport literacy)이라고 부릅니다. 통상적으로 “리터러시”라는 용어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문자해독력(문해력)을 뜻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떤 특정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이해, 태도, 그리고 기능을 총괄적으로 가리키는 표현(그래서 “소양”의 개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과학소양, 음악소양, 수학소양, 인문소양 등이 그 예입니다. 저는 그것을 체육, 스포츠에 적용하여 “운동소양”(체육소양, 스포츠소양)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코치, 특히 유·청소년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코치는 운동기량(sport competency)만이 아니라, 운동소양을 지도해야 합니다.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성장 중에 있는 이 시기는 반드시 교육적 고려가 감안되어야하기 때문이지요. 운동기량은 운동능을 중심으로 말하는 코칭의 결과물입니다. 기술발휘를 능수능란하게 만들어, 시합과 경쟁에서 우월한 대결을 펼쳐내서 이길 수 있도록 돕는 자질입니다. 승리를 가능토록 만드는 핵심이 되는 원동력이 운동기량이라는 것이죠. 코칭의 시작도 운동기량이고 끝도 운동기량인 것입니다. 운동기량은 경기력, 시합능이라고도 불리며, 기술과 체력과 정신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반면에, 운동소양은 능지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운동기량은 운동능(과 약간의 운동심)을 극대화시킨 자질입니다. 기능과 전술(능), 과학적 지식과 판단력(지), 그리고 감성과 덕성과 영성(심) 등이 그 세부요인들입니다. 야구코치는 유·청소년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야구기량이 아니라, 야구소양이 쌓여나가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좀 전에 야구의 높이, 넓이, 깊이가 온전히 전달된다는 표현을 하였는데요. 야구 능, 지, 심이 그 각각에 해당하는 소양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선수들이 갖추게 되는 야구능은 야구의 높이를, 야구지는 야구의 넓이를, 야구심은 야구의 깊이를 체험했을 때에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온전한 야구를 지도하는 온전한 야구코칭은 선수들에게 야구소양이 차곡차곡 쌓이도록 하는 일입니다. 또한, 선수들에게 야구소양을 가득 충전시키는 일입니다. 선수들은 이 소양을 가지고 야구 게임도 하고, 야구 글도 쓰고, 야구 그림도 그리고, 야구 음악도 즐기고, 야구 영화도 관람하고, 야구 소설도 읽고 하는 것입니다. 야구소양으로 야구시합만 하지 않습니다. 충전된 전지로 형광등 불만 밝히지는 않습니다. 전기는 거의 무궁무진한 기기의 작동원으로 활용될 수 있죠. 그런데, 운동기량은 시합 상황 외에서는 써먹지 못합니다. 휘발유가 차량의 주행원으로만 사용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주행할 수 있으려면, 여전히 먼저 시동을 걸기 위한 배터리 전기가 필요합니다. 운동기량이 뛰어났던 대표선수나 프로선수가 은퇴 후에, 그라운드나 스타디움이 아닌, 일상의 삶 속에서 그것의 쓸모를 찾지 못하고 좌절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온전한 운동 속에 들어있는 능지심의 세 차원이 선수들에게 고루 갖추어졌을 때, 그것을 운동소양(능소양, 지소양, 심소양)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운동의 높이, 넓이, 깊이가 온전한 코칭에 의해서 선수에게 능, 지, 심으로 잘 안착이 되고 자라나게 되었을 때, 그것이 운동소양(또는 스포츠 리터러시)이 되는 것입니다. 운동소양은 그러므로, 온전한 운동을 체험할 수 있는 총체적인 자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여, 코칭이란 선수에게 운동소양을 키워주는 노력입니다. 선수들은 이 운동소양을 가지고 온전한 운동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온전한 운동을 펼쳐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표현은 ‘향유한다’ 입니다.

운동 향유력으로서의 운동소양

“운동을 왜 배우나요?” 이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좋아하니까요. 잘 하고 싶어서요.”가 일차적 답일 수 있습니다. “잘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잘 하면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가 대답일 것입니다. 이 대답을 간단히 정리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운동을 배운다.”고 할 것입니다. 친구가 생긴다거나 돈이 생긴다거나 사업에 도움이 된다거나 대학에 갈 수 있다거나 등의 이유는, 모두가, 부차적이고 이차적인 것입니다. 본질적인, 진짜 이유는 바로, 내가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지요.

운동을 지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선수들이 운동을 즐기도록 하기 위함이죠. 저는 이 즐긴다는 말을 ‘향유한다’는 표현으로 대체해서 사용합니다. 좀 더 높고, 넓고,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즐긴다’는 표현은, 물론 가장 정확한 표현이기는 해도, 다소 가볍고 표피적인 차원의 누림만을 떠올리도록 만듭니다. ‘향유한다’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가치로운 즐김과 누림을 상정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아무튼, 야구코칭은 선수들이 야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실천적 지도행위입니다. 야구코치의 궁극적 목적은 어린 선수들이 야구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향유한다’가 ‘즐긴다’ 보다 더 나은 이유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즐긴다’는 운동의 기량 측면이 부각된 표현입니다. 운동기량을 높여 기능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쳐, 이겨서 즐거운 시합을 한다는 것에 한정되어있죠. ‘향유한다’는 운동소양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표현입니다. ‘하는 것’ 위주의 운동능만이 아니라, 운동지와 운동심으로도 다양하게 즐기는 방식이 고려됩니다. 코치가 온전한 야구코칭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야구소양을 길러주는 이유도 바로 야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능향유, 지향유, 심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시합만 잘 하도록 기량을 갖춰주는 것이 아니라, 야구를 총체적으로, 수많은 방식(하기, 읽기, 쓰기, 보기, 듣기, 말하기, 그리기, 부르기, 만들기, 셈하기, 느끼기, 모으기, 나누기, 생각하기, 사랑하기 등)으로 누릴 수 있는 기본자질을 다져주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온전한 운동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하는 코칭이 첫째 핵심이라고 한다면, 둘째는 온전한 운동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쌓아주어야 하는 자질의 정체를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운동소양 또는 스포츠 리터러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선수가 온전한 운동을 배웠는지 확인하려면, 선수에게 운동소양이 제대로 쌓여 가는지를 점검하면 됩니다. 운동기량만으로는 부족하고 불완전합니다. 그것은 선수들로 하여금 운동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운동을 총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운동소양을 쌓는 코칭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그 방법은 인문적 코칭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호의 내용은 이것입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최의창 교수 사진

최의창 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일했다. 건국대학교에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로 옮겨 체육교사 및 스포츠전문인의 양성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가지 않은 길 1, 2, 3』, 『코칭이란 무엇인가』, 『인문적 체육교육과 하나로 수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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