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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창 교수의 코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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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이야기

지난 호에서는 인문적 코칭의 유용함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것은 다섯 가지로서 고상함과 품격, 윤리와 도덕성, 인간 중심의 관점과 타인에 대한 이해, 창의성과 콘텐츠 응용력, 그리고 비판적 사고와 표현력이었습니다. 인문적으로 운동을 지도하고, 또 인문적으로 운동을 배우면, 코치도 선수도 21세기 역량 또는 소프트 스킬이라고 부르는 자질을 얻게 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인문적 코칭 자질을 기르기 위하여 코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Coaching, Wholing

직접적 코칭과 간접적 코칭

온전한 운동, 온전한 코칭, 운동 소양, 인문적 코칭 등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가지입니다. 결국, 시합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습득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며 실천해온 코칭은 반쪽에 불과한 것입니다. 나머지 반쪽은 운동연습과 경기 참가가 선수 자신의 자아와 삶을 좀 더 온전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도대체 사람됨과 살아감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이라면, 왜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까요?

스포츠 코칭은 스킬 코칭과 셀프 코칭의 두 측면으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외양적으로는 스킬 코칭으로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셀프 코칭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코치는 경기기술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코치한다”(Coach coaches him/herself)는 표현이 있는데요, 이래서 셀프 코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셀프 코칭은 코치 본인이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스킬 코칭과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셀프 코칭은 스킬 코칭처럼 설명이나 시범처럼 직접 전달의 방식이 아니라, 직접 전달이 실천되는 스타일에 따라서 간접적으로 전수가 됩니다. 설명이나 시범을 보일 때 행해지는 말투나 어조, 행실이나 태도, 표정이나 용모, 유머나 어휘 등으로 인해서 선수들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훈계나 조언 등으로 직접적인 내용으로 가르쳐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훈련하고 생활하면서 (즉 동고동락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배우는 것처럼) 간접적인 교육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것의 효과는 매우 크면서도 지속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코치는 직접적 코칭(스킬 코칭)과 간접적 코칭(셀프 코칭)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코치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가르치는 일을 본업으로 하는 모든 이들은 이 두 가지 가르침의 형태를 모두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만, 후자의 가르침은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대학이나 연수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울 때도 모두 전자, 즉 직접적 전달(티칭 또는 코칭)만을 의도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는 가르치는 방법을 모두 배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후자의 지도방법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가르칠 방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코칭모형이나 ○○코칭지도법의 형태로 형식화된 방법으로 정형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간접적 코칭은 어떤 정해진 독립된 방법 같은 것이 없습니다. 독자적으로 따로 떼어내어서 설명될 수 있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직접적 코칭과 함께 언급돼야만 하는 것이죠. 모든 코칭론은 직접적 코칭과 간접적 코칭이 동시에 강조되어 설명되고 처방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온전한 코칭론이라면 그렇습니다. 온전한 코칭론은 온전한 운동을 반쪽이 아니라 온전하게 가르치는 지도법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모든 온전한 지도법은 운동의 기술과 정신, 기와 도, 테크닉과 스피릿 모두를 전달하고 전수해주는 지도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에만 코칭은 트레이닝이 아니라 호울링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호울 코칭은 모종의 독특한 직접적 지도방법으로 완성되지 못하며, 오직 코치의 홀니스가 전달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온전히 전달될 때에 완성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간접적 코칭은 명시적 코칭행위가 아닙니다. 이것은 묵시적, 암시적으로 진행되는, 또는 잠재적으로 이루어지는 코칭행위입니다. 우선, 코치의 직접적 코칭 행동이 이루어지는 방식, 또는 스타일에 의해서 간접적 코칭은 전수됩니다. 예를 들어, 코치가 잘못된 스윙 동작을 교정할 때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험한 인상과 단어를 쓰면서 지적합니다. 잘못된 코칭 지식으로 가르쳤다는 것이 드러났을 때, 그런 식으로 지도한 적이 없다고 화를 내며 잡아뗍니다. 잘한 선수를 칭찬하면서 못한 선수를 헐뜯고 핀잔줍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코치의 코칭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이것들을 배워버립니다. 긍정적으로 배우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배우기도 하며, 지도자가 되었을 때 따라 하거나 않거나 합니다. 한마디로, 코치의 일거수일투족이 코칭행위가 되는 것입니다(‘코치는 자기 자신을 가르친다’)

자신의 사람됨으로 하는 코칭

이런 방식의 가르침은 스스로 의식하기 어렵습니다. 무슨 특별난 코칭법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평상시 행동방식을 그대로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평소 행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일 뿐입니다. 자신의 말하는 스타일, 화내고 웃는 스타일, 단어 구사 방식, 유머를 던지고 받는 방식, 칭찬하고 꾸짖는 방식, 타인을 대하는 스타일 등등. 심지어는 좋아하는 책과 영화, 음악과 음식, 그리고 이것들을 선수들과 함께 하는 방식 등등도 모두가 코칭이 되는 것입니다. 코치는 대부분 선수보다 연장자이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원하건 원하지 않건 상관없이 현실적으로는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이 (물론 보이지도 의식되지도 않지만) 진행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코칭의 과정에서만 벌어지는 독특한 현상이 아닙니다. 가르치는 이가 배우는 이에게 무엇인가를 지도하는 모든 과정에서는 어디서든 발생합니다. 학교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도자기 장인과 도제 사이에, 심지어는 회사 고참과 신참 사이에서도 일어납니다. 일례로, 의과대학에서도 예비의사들(의대생, 인턴, 레지던트)이 전문의가 되기까지 오랜 기간의 대학 생활과 임상 실습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실제 수업시간 강의를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버리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물론 긍정적 교육 효과도 발생하지만, 부정적 교육 효과가 더 빈번하게 발견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의과대학 교수나 전문의들이 행하는 간접적 티칭 행위는 의사로 일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간접적 지도방식은 코치가 코칭의 테크닉으로서 책이나 워크숍에서 배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사람됨 자체를 바꾸어나감으로써 자연스럽게 변화되고 발현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치관, 즉 마음가짐과 정신자세를 가다듬고 어떤 이상을 추구해나가면서 드러나고 간파되고 전수되는 것입니다. 자신 스스로 지금보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진심으로 노력하는 것, 온전한 운동에 대해서 심사숙고하면서 깊은 성찰을 통하여 그것을 진심으로 원하는 것,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이 더욱 훌륭한 사람이자 멋진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것 등등. 간단히 줄여 말하면, 스포츠의 홀니스를 온전히 전달하여 아이들의 내면에 홀니스가 쌓여나가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코치는 스스로가 운동 소양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운동 소양이 바로 온전한 사람됨을 위한 자양분이기 때문입니다. 운동능, 운동지, 운동심이지만, 그것은 그 성질에 있어서 인간능, 인간지, 인간심과 하등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 소양, 또는 교양과 동일합니다. 운동능, 운동지, 운동심이 가득 차서 코치능, 코치지, 코치심(감독능, 감독지, 감독심)이 가득하면 코치소양(감독소양)이 가득한 것이며, 이것은 인간소양이 가득한 것과 그 성격상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자질입니다. 코치가 함양하는 스포츠 리터러시는 사람이 함양하는 휴머니티 리터러시와 같다는 것입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스포츠를 향유하라

온전한 스포츠를 희망하며 온전한 코칭을 지향하는 코치는 올바른 사람됨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코치의 올바른 사람됨은 다른 것으로가 아니라 스포츠 리터러시를 함양함으로써, 운동 소양을 쌓아나감으로써 갖추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코치의 스포츠 리터러시는 인문적으로 코칭을 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기를 수 있습니다. 코치가 인문적 코칭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에 관한 인문적 지혜를 쌓아야 합니다. 스포츠에 관한 인문적 지혜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그를 통한 스포츠 사람됨, 스포츠 인간됨(sportpersonship)은 어떻게 갖출 수 있게 될까요?

직업인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참여하는 대표적 방안이 있습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라고 불리는 실천모임입니다. 교사의 경우는 교사학습공동체라고 하며, 코치들을 위해서는 “코치학습공동체”(coach learning community)라고 부릅니다. 현장개선과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코치들의 자발적인 공부모임입니다. 이 공부모임의 형태는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의 모습을 띠는 것이 최근의 추세입니다. 자신이 일하는 맥락에서 그와 유사한 업무를 실천하는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협동적으로 해결안을 마련하여 다시 적용해보는 과정을 순환적으로 되풀이해보는 특징을 띱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만들어냅니다.

코치들은 이런 모임에 참여하여 스스로가 스포츠를 인문적으로 향유하는 체험을 해보면서, 인문적으로 코칭하는 방법들을 탐색하고 실행하고 검토합니다. 축구나 수영을 실기로서만 간주하지 않고, 문화로서 이해하고 체험합니다. 농구나 체조나 육상의 단위기술이나 경기전략의 측면에만 몰두하지 않고, 정신철학이나 문화예술의 차원에도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고 체험합니다. 골프나 테니스를 소재로 한 시, 영화, 회화와 음악을 감상하고 관람해봅니다. 양궁이나 궁도, 더 나아가 태권도나 유도 등 관련된 역사와 동서양 철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스스로 시를 지어봅니다. 하기만이 아니라, 읽기, 쓰기, 보기, 듣기, 말하기, 느끼기, 그리기, 부르기, 만들기, 셈하기, 모으기, 나누기, 생각하기, 사랑하기 등으로 즐기면서 향유합니다. 이런 향유하기 체험을 통해서 코치 자신의 운동 소양과 운동향유력이 길러지는 것이죠.

그리고 나아가 각자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또는 지도하게 될) 팀이나 선수들에게 적합한 인문적 향유하기 활동을 탐색하고, 그것을 스포츠 코칭에 직·간접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적용해봅니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가 아니라 코치학습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죠. 코치가 갖추어야 하는 전문적 역량의 개발은 이 같은 사회적 학습상황에서 보다 더 촉진되고 실천 효과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모든 연구가 밝혀주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사람됨과 인간됨도 혼자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길러지는 것임을 이미 이천오백년전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가 밝혀주었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배움의 공동체 속에서 함께 하며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면서 자신의 실천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코치학습공동체는 호울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전한 코칭을 추구하는 온전한 코치들의 온전한 공동체가 활성화되기를 꿈꾸어봅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최의창 교수 사진

최의창 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일했다. 건국대학교에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로 옮겨 체육교사 및 스포츠전문인의 양성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무부학장, 한국교육신문, 한국대학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스포츠교육학회 회장이다. 저서로는 『스포츠 리터러시』, 『가지 않은 길 1, 2, 3』, 『코칭이란 무엇인가』, 『인문적 체육교육과 하나로 수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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